일전에 봤을 때와 이번에 본 감상이 또 다르다.

내가 달라졌나보다.

전에는 그냥 26년전에 만든 로맨스물치고 녹슬지 않은 센스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엔 주제적인 측면에서 깊이 공감하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제는 단순하고 강하다.

'자기애와 타인에 대한 사랑을 조화시키기가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 하죠?'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진정 남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쓰고 싶어한 오르페우스 이야기에 대한 것으로도 이어지고 나의 오늘날로도 이어진다.

 

그러고보니 신기한게 티스토리를 만든건 몇 년 전일텐데 그 때에 이미

아이디를 오르페우스라고 해놨네...

그 때부터 관심이 있었나보구나 내가..

근데 아직까지 한 자도 안썼구나;;;;

 

졸린데 잠이 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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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6월 25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오태석 작, 연출의 <백마강 달밤에>

 

세상에 6.25 였구나. 입장 직전 매표소에서야 대화 중에 알았다.

일요일부터 오늘을 나는 그냥 이번주의 수요일로만 생각해왔었을 뿐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그 한 주 간이라는 요일의 괄호에 갇혀서 생각을 하니깐.

 쩝. 그래도 6.25 날에는 형식적으로나마 아, 오늘이 육이오구나 라고 생각은 하며 살았었는데

오늘은... 

그래서 아까 오늘의 날짜를 듣고선 뒷통수라도 한 대 맞은 듯 얼이 좀 빠졌었다.

게다가 작지만 그래도 내가 무대에 서 본 작품을 직접 본다는 것이 알 수 없는 얼빠짐 상태를

더했다. 

 

6.25...

공연에서는 마을에 변고가 드는 장면에서 음향을 총소리, 포탄소리로 표현했다.

그 변고의 내용이 백제 멸망하는 부분이었는데도 말이다.

내용 상으로 당연할 화살 시위 소리나 창칼 소리가 아니었다.

 

대본을 아는 나로서는 자연히 성벽 아래서 발굴된 유해에 대한 언급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오히려 발굴된 유해는 한국전쟁 희생자로 암시되지 않고 1400년 전 백제 병사들 유해

로 뚜렷이 명시를 하더라. 어라? 왜 그런거지? 트릭인가?  순간 얼탔다.

당연히 쉽게 한국전쟁 희생자로도 해석될 수 있게 아무 말 없이 넘어가거나 할 수 있었을 텐

데도 그러지 않고 백제 유해로 딱 못박아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생각이 계속 이어져서 그런지 순단이 아니 금화가 성충을 혼낼 때의 첫 대사인

유교도 육이오로 들려버렸다.

 

이번에도 비발디의 사계는 선곡되었다.

그냥 생각만 할 때는 아니 왜 안어울리게 그 곡을 써?!  했는데

공연영상을 보고 또 이번에 공연을 직접 보면서는 너무 맘에 드는 선곡으로 느껴졌다.

내가 영화든 뭐든 클래식 곡을 까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세븐> 도서관 씬에서의 Air in G와 <인간중독>에서 왈츠 곡을 들을 때가 연상됐다.

왜 좋지 나는 극 속에서의 클래식이?

클래식을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여튼 난 극 속에서 노래를 쓴다면 클래식이 가장 좋다.

 

한산댁의 표현이 인상 깊었다. 연출을 잘 했다.

우리 애 죽는대 라는 슬픈 내용의 대사는 방긋방긋 웃으며

우리 애가 살아났어요 라는 기쁜 내용의 대사는 흐느끼며 외쳤다.

그냥 거꾸로 했을 뿐인데 와 페이소스가 더 확~ 느껴졌다.

괜히 외국말로 하는 거 질색하고 이왕 같은 뜻이라면 되도록 우리말로 말하려고 의식하는

내가 요새 부쩍 많이 쓰는 외국말이 있는데 그게 페이소스다. 

입 밖으로 말하는 내내 그리스 비극의 웅장한 이미지가 아닌 동네 레스토랑 탁자 위에

놓여있는 뚜껑이 덕지덕지 더러운 핫소스통을 생각하지만.

 

처음으로 내 입이 대사를 아는 연극을 보았다.

아는 소절이 나오자 그동안 근질거리던 입술이 멋대로 벙끗거리기 시작했다.

놀라면서도 내심 즐기게됐다.

아아... 내가 지난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혼잣말처럼 내뱉고 나도 놀란

바로 그 대사!

내 반가워서 품에 품어도 보고 볼도 대보고 그래야하는데

아아.. 

왜 저 멀리 무대 위 배우가 대사를 하는데 내 가슴이 벅차오르지?  숨이 가빠오지?

세상에! 무대 위 배우의 호흡과 객석 깊숙이 있던 내 호흡이 동기화 된 느낌이었다.

배우가 호흡하는 리듬처럼 나도 호흡을 했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변화는 무대에, 스크린에 몰입을 깊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항상 한 발짝 물러나서 팔짱 끼고 보는 느낌이었는데.

극을 보거나 할 때 다른 사람만큼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나의 불만이자 불안함

이었는데 요새는 그래도 좀 안심하게 되었다.

드는 생각인데, 나는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 꼭꼭 씹나?

바로 바로 감상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잘 못하고 며칠 정도 지나서 물어보아야

술술 편히 말할 수 있다.

음... 내가 아는 어떤 대사를 인용하자면,

'표현을 안할 뿐이야. 다 생각하고 있어!'

난 그 직후에는 잘 얘기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맘 속에서 정리가 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래 써서 반들반들 해진 목가구처럼 진짜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아 맞아. 그리고 공연장 들어설 때부터 의자왕이 저 대사를 할 때까지의 내 기분은

딱 이거였다.

<빌리 엘리엇>에서 늙은 아버지가 빌리의 발레 공연을 보러가는 그 시퀀스!

공연장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얼이 나가있고 빌리가 나올 때까지의 그 초조함과 설렘.

그 기분을 알았다. 나는.

그러고보니 그 장면 백조의 호수 클래식 곡 역시 좋잖아!

근데 내가 빌리 엘리엇을 보고 학습한 감정을 그대로 흉내내는건지 정말 그렇게 나도

느낀건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영화를 통해 먼저 어렴풋이 아 저런 감정이 있을 수 있겠다 이해만 했던게

이번에 내 가슴에 쿵~ 와서 부딪히고 박히면서 몸으로 체감이 된 거라면 좋겠다.

올해는 나에게 있어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나의 감정을 수업 받는 느낌이다.

 

여태까지 앞에서 몰입이 넘 잘됐다고 해놓고 바로 이런 말 하기 민망하긴 하지만.

몰입이 되기도 했지만 안되기도 했다.

근데 이건 내 문제였다.

숨이 가쁜 이유가 절정으로 치닫는 극 때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끝이 두려웠던 건, 이 극적 환상이 끝나고 나면 극장 밖에서

나는 또 내가 미워하는 답답한 나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 때문?

아 나는 극장 밖에서 연기한다. 엉뚱하게. 그것도 제대로도 못한다.

지난 달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했었는데 그것도 영 마뜩찮았...

여튼 공연이 끝났는데도 나의 연기는 끝나지 않아 답답한가부다.

근데 뭐 몰입이 된 것도 내가 연기를 해본 의자왕에 대한 공감 때문이긴 하니까... 에라이.

 

어두운 의자들 뒤에 숨어 80분간 무대 위 울고 웃는 얼굴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엉뚱한 남의 얼굴들만 바라보고 있구나.

지금 남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아닌데. 진정 내가 봐야할 얼굴은 어디인가.

하고 혼자 답답했다.

 

객석과 무대 위 배우들이 다 뒤섞여 한 데 모여 한 편

무릎에 턱을 괴고 빤히 무대와 객석 사이 허공을 바라보던 내가 한 편이었다.

아이구. 이건 사실이 아니라 상상이다.

뭔 나는 감상 적다가도 상상에 빠져 픽션을 적고 있어..

 

자야지.

 

 

 

Posted by Orpheus21
,

러브픽션

영화 얘기 2012. 3. 1. 22:16
2012. 3. 1. thursday

love fiction


1. 기승전겨 라는 우스개였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기승전병도 되지 못한 중반부 이후의 질질 끌다 산으로 가고
 그 올라간 산에서 뚝 떨어지고 끝나버린 느낌. 어떤 여운도 생각할 거리도 호기심도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초반부에 괜찮은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긴장감도 사라지고 공감도 안되는 영화로
되어버리면 그 배신감 때문인지 기대감때문인지 더욱 열받고 안타깝다.
비슷한 느낌으로 시라노 연애조작단도 있었지만...시라노는 초중반에 굉장히 강렬한 인상이라도 주었지만 이 영화는 뭐 반짝 겨드랑이 씬 지나면 서서히 가라앉을 뿐이다.

차라리 처음엔 미약하지만 끝으로 치달을수록 서사에 힘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가 더 좋다.
예를 들어 맨프롬어스나 컨택트, 화려한휴가, 빌리엘리어트 같은

이 영화 전체의 백미이자 잠시나마 몰입된 순간은 겨드랑이털 씬 뿐이었다.
공블리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하정우의 맛깔나는 대사는 여기가 시작이자 끝이었다.
이렇게 이 영화의 재미가 이제 시작되겠구나 흐흐 하는 기대만 끝까지 인질삼아 가다가 
불꽃이 푸쉬식 힘없이 꺼지듯 산으로 갔다.

2. 좋은 배우를 데려다 놓고 그 포텐셜의 반도 못꺼냈다.
뉴페이스 조연들은 그들의 극 흐름상 존재의의를 각인은 커녕 기억도 못하게 아무것도 아닌
역할로 남아버렸고 지진희는 주연급 조연배우 치고 뭘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저 찌질이 카메오로 남고 말았다. 극에서 너무 활용을 못했다. 아깝다. 하정우도 그저그런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리 크게 공감가지도 않는 캐릭터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렀다. 아쉽다.

공블리...
그녀의 진짜 매력의 십분지일도 발휘하지 못하고 아쉽게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굉장히 가슴 아프다. 공블리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조금만 더 보여줬더라면 하정우도 더 공감이 갔을테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되는 힘도 잃지 않았을텐데.
매우매우매우 안타깝고 그저 속상할 뿐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심지어 이쁘게 나오지도 않았다! 드라마만큼 천천히 캐릭터의 진가를 맛보게 해줄 수 있는 긴 시간이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얼마 없었긴 하지만 그러기엔 에피소드들이 너무 약했다. 다른 수많은 영화들의 매력적인 여주인공들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강한 임팩트로 승부했다.

공블리가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다 이렇게 연기를 잘한다 이런 걸 친구에게 보여주고 공감시켜주고 싶었지만 오히려 역시 미모의 여배우는 아니지 하는 선입견만 되레 키워준 것 같아
심히 속이 썩었다.

공블리의 자연스런 연기가 보인 것은 겨털씬 안에서의 러브씬 때 표정 그리고 극장에서 전화받고 미친놈아 라고 한 게 전부였다. 이게 전부라니. 으아.

설레는 맘에 즐겁게 보러 갔다가 맨눈으로도 눈코입이 안보인 멀고먼 무대인사
흥행을 장담할 수도, 주변에 쉬이 추천할수도 없는 그런 영화를 보고 와서
오는 길은 내내 먹먹하고 꿍해있었다.


3. 근데 오면서 생각지 않게 곱씹게 된 장면이 있다.
사랑을 참 쉽게 한다. 라는 뼈있는 대사와 나태한 구주월의 헝클어진 모습
그리고 이 사랑은 현실이야! 정신 좀 차리라며 구주월을 냅다 물에 빠트리는 장면
그래. 나도 언제까지 이깟 판타지로 버무려진 드라마 속 캐릭터에 빠져 살 것인가.
현실의 삶이 더 중요한 건 말할 것도 없는데. 그걸 알면서도. 현실도피하고 있는 나.

그리고 마치 구주월인양

가슴 아프게도 점점 깨어져가고 있는 공블리에 대한 나의 러브픽션.
공블리와 서유경과 구애정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어쩌면 공블리의 실체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아닐 수 도 있겠다. 아니 그런 점도 있다.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나의 러브픽션, 판타지에 큰 금 하나가 생겼다.

4. 아이러니하게도 이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에서 나는
   주인공처럼 공블리에 대한 러브픽션이 깨어져가고 있음을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다.

   이건 영화가 성공한 것인가 아님 그냥 나의 자의적 해석일까..


   여튼 시원찮지만 메세지 하나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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